조경은 ‘ 땅에 쓰는 시 ’
조경은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2023)에서는 정영선 조경가가 반세기 동안 실천해 온 조경 철학을 조명합니다. 그녀는 조경을 ‘땅에 새기는 시적 행위’로 바라보며, 자연이 가진 시간성과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녀의 조경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경가는 건축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재하는 사람입니다. 이 철학은 그녀가 설계한 여러 공간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특히, 선유도공원은 그녀의 조경 철학이 집약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1. 선유도공원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담아내는 조경)
정영선 조경가는 조경은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설계한 선유도공원은 과거 정수장이었던 공간을 재활용한 프로젝트로, 단순한 공원 조성이 아니라 산업 유산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조경과 결합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기존의 콘크리트 정수 시설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 정수지(정수탱크)와 여과지를 공원의 주요 공간으로 활용하여,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 산업 유산을 공원 조경과 융합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이곳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새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 지닌 시간의 켜를 쌓아가며 조경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2. 철학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 만들기)
정영선 조경가는 생태 복원을 고려한 조경 설계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녀가 강조한 핵심 원칙은 조경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 토종 식물과 자연 생태계 보호
선유도공원에서는 한국의 기후와 생태에 맞는 토종 수종을 우선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외래종이 아닌 자생 식물을 사용하여 한강 주변의 자연 흐름을 유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정화 연못과 습지 생태계 조성
빗물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정화 연못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자연과 조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 물과의 조화
선유도공원은 한강 한가운데 위치한 인공섬이기 때문에, 물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경 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정수장 시설을 활용하여 물이 흐르는 모습을 강조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 '물의 정원’이라는 공간을 조성하여, 빗물과 한강의 물이 순환하면서 자연 정화되는 과정을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국, 조경은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공간입니다.
3. 경험의 조경 ( ‘경관’이 아니라 ‘경험’이다.)
정영선 조경가는 조경이 단순한 ‘경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을 ‘경험’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 그녀가 설계한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앉고, 쉬고, 사색하고, 걷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됩니다.
- 예술의 전당, 휘닉스파크 등 그녀가 조성한 공간에서는 사람이 자연과 함께 머물면서 경험하는 방식이 강조됩니다.
- 조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머물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핵심 철학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조경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조경이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땅에 쓰는 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 조경은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존중하는 과정입니다.
- 조경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 조경가는 자연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영선 조경가의 선유도공원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친환경 조경, 문화적 활용이 결합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현대 조경 디자인의 모범적인 예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녀의 철학이 담긴 공간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